대진국(발해)과 통일신라의 남북국 시대
흔히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사국시대 이후를 통일신라 시대라 한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통일신라가 아니라 남쪽 후(통일)신라와 대진국의 "남북국시대"이다.
그때 신라는 한반도 땅의 3분의2 정도인 대동강 이남의 영토만 차지하였으므로, 신라의 통일은 불완전한 통일이었다. 압록강 이북의 드넓은 고구려의 고토에는 고구려를 계승한 대진국大震國(발해渤海 669~926)이 세워졌던 것이다.
668년 고구려의 수도가 나당연합군에게 함락되었을 때, 압록강 북쪽에는 항복하지 않은 고구려 성 11개와 고구려군으로 참전했던 말갈족이 여전히 웅거하고 있었다. 고구려의 유장 대중상大仲象과 그의 아들 대조영大祚榮은 고구려 유민과 말갈의 여러 부족을 거느리고, 백두산 아래 송화강 유역에서 새 나라를 세우고 나라 이름을 진震(669)이라 하였다. 신라에서는 이를 북국北國이라 불렀다.
이후 국호가 발해渤海, 해동성국海東盛國으로 불리었는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다.
국세가 아직 크게 떨치지; 못했던 대진국 건국 초기에 국호를 둘러싸고 당나라와 갈등이 생겼다. 대진국은 본래 고구려를 다시 부흥시키려 했으므로 나라 이름을 고구려라 하고 싶었으나 당에서는 말갈이라고 부르려 했다. 서로 옥신각신하다 한 발짝씩 물러나 당에서 타협안으로 내놓은 이름이 발해다.
대진국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이를 수용했지만 항상 고구려를 계승한 나라임을 자처했다. 제3대 문왕때 일본에 보낸 국서에 "고구려왕"이 라고 칭했던 것을 보면 이를 알수 있다.
그후 대진국이 국세를 크게 떨쳐 당이 넘볼수 없을 정도가 되자, 두려워진 당은 발해라 부르지 않고 '해동성국"이라는 다소 호사스런 이름으로 불렀다. "해동海東은 당신들의 땅이다"라는 뜻이다. 당시 대진국은 신라와 평화적인 교류는 없었지만 반도의 방파제 구실을 하며 민족사의 마지막 전성기를 구가했던 것이다.
한편 당나라와 연합하여 고구려와 백제를 멸망시킨 신라는 백제를 차지하고 고구려땅을 당에게 바쳤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신라의 삼국통일을 "망국통일'이라 부르고, 심지어는 "통일이 아니다"라는 과격한 주장을 하기도 한다.
게다가 상고시대로부터 우리 민족이 믿어왔던 삼신상제 신앙을 버리고 외래종교인 불교를 국교로 받아들임으로서 민족의 전통을 무너뜨리고 스스로 당의 신하가 되어 자주성을 팽개쳤다. 이후 통일신라 말에 이르러 한반도는 후삼국으로 다시 분리되고 이를 고려 왕건이 다시 통일(936)을 하게 된다.
이에 앞서 926년 대진국의 수도 상경이 거란군에게 함락되면서 수차레에 걸쳐 대진국 사람들이 고려로 망명해 왔다. 그리하여 고려는 후삼국과 대진국 유민까지 받아들여 한반도 통일을 이룩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때 우리의 고토인 요동땅 대부분은 잃어버렸다. 이것은 고려 태조 왕건이 오로지 후백제 정복에만 열을 올려 기울어져가던 북방 대진국을 돕는데 무심했기 때문이다. 반도통일을 달성한 뒤 부랴부랴 북진 정책을 한다고 거란 사신을 귀양보내고, 선물로 가져온 낙타를 만교부에서 굶겨 죽이는 등 손을 써 보았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그렇게 대진국이 멸망하면서 우리 한민족의 역사 무대는 "진震방에서 간艮방"으로 대륙에서 반도로 좁혀졌다. 대진국은 한민족이 대륙의 주인으로 군림했던 마지막 나라인 셈이다. 이후 우리 역사는 민족의 수난기로 접어들었으며 고려, 조선과 일제 강점기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 민족의 역사는 환국시대로 부터 배달환웅, 단군조선, 열국시대, 사국시대, 남북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일제 강점기를 거쳐 대한민국으로 이어져 내려왔다. 지금은 비록 구석진 한반도 땅에 갇혀 위축되었지만, 우리 선조들은 동북아의 광활한 대륙을 호령하며 인류 시원 문명을 발흥시켰던 웅대한 민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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