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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카니발 모기 본뜬 가면·의상 ‘지카 퍼포먼스’ 눈길

브라질 카니발 모기 본뜬 가면·의상 ‘지카 퍼포먼스’ 눈길

 

브라질 전국이 열광적인 카니발 축제 분위기에 취한 가운데 상파울루를 비롯한 대도시의 거리에는 모기를 본뜬 가면과 의상이 대거 등장했다.

 

신생아 소두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Zika) 바이러스와 뎅기 열병, 치쿤구니아 열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집트 숲 모기(Aedes Aegypti)'가 카니발 특유의 세태풍자를 위한 주요 소재가 되고 있다.

 

'삼바의 본고장' 리우데자네이루 시의 중심가에서 7일(현지시간) 벌어진 거리 카니발에서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을 비롯한 여야의 주요 정치인들을 모기에 비유해 "살충제로 모기들을 쫓아내자"는 구호가 등장했다.

 

행렬에 참여한 레안드루 엔히키(32·상인)는 "브라질의 현재 상황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바의 본고장' 리우데자네이루 시의 거리 카니발에서 벌어진 모기 퍼포먼스

 

같은 날 북동부 페르남부쿠 주 올린다 시에서 벌어진 카니발에서는 주민들이 '올림픽 모기 사냥 대회'라는 이름의 무대를 꾸몄다.

 

페르남부쿠 주가 브라질에서 소두증 의심사례가 가장 많이 보고된 지역이라는 사실에 착안해 테니스 선수 복장을 한 참가자들은 라켓을 들고 모기를 때려잡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퍼포먼스에 참가한 플라비우 메데이루스(47)는 "공공보건이 심각한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리우 올림픽에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는 상황을 비판하려는 것"이라고 말했으며, 브라질 제1 도시 상파울루의 거리 카니발에서는 모기 의상이 하나의 패션이 됐다.

 

상파울루 시내 중심가의 하나인 아우구스타에서 벌어진 축제에 이집트 숲 모기 의상을 입고 참가한 여행사 직원 신치아 캄푸스(34·여)는 "열정적으로 삼바 춤을 추면 물이 고이지 않는다"며 몸을 흔들어댔는데, 이집트 숲 모기가 주로 고인 물에서 번식한다는 사실을 빗댄 말이다.

 

▲신생아 소두증의 원인으로 지목된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으로 알려진 이집트 숲 모기를 본뜬 의상을 입은 카니발 참가자들

 

거리의 카니발 축제에 참가한 주민들에게 지카 바이러스에 관한 정보와 이집트 숲 모기 박멸 요령을 담은 스티커를 나눠주는 방역요원들의 모습도 많이 눈에 띄었는데, 한 여성 방역요원은 "입 키스, 볼 키스 하지 마세요. 지카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어요"라고 외치며 분주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앞서 브라질 보건부 산하 오스바우두 크루즈 의료재단(Fiocruz)은 침과 소변에서 활동성이 있는 지카 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밝히고, 임신한 여성들에게 카니발 축제 기간에 각별한 주의를 권고했다.

 

▲리우 시의 거리 카니발에서 주요 정치인들을 모기에 빗대 비판하는 퍼포먼스가 벌어졌다

 

자신의 직업을 영양사라고 밝힌 줄리아나(22·여)는 "지카 바이러스 감염이 두려워 누구와도 키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으며, 카니발 축제는 지난 5일 밤에 시작해 이번 주말까지 열흘가량 계속된다.

 

전문가들은 카니발 축제 기간에 지카 바이러스가 폭발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브라질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지카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소두증 의심사례로 보고된 신생아가 4천783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404명이 소두증으로 확인됐다.

 

사진=브라질 일간지 폴랴 지 상파울루